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SBS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라인업)이 3일 30회 방송으로 그 최종회를 맞았다.
7개월 전 ‘생계 버라이이티’란 이색 타이틀로 야심차게 스타트를 끊었던 '라인업'은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결국 폐지되며 비운의 예능프로그램으로 남게 됐다. 하지만 '라인업'은 예능 버라이어티계에 여러 독특한 기록을 남기며 폐지 보다 값진 종영의 의미를 남겼다.
○ 폐지도 웃음으로..예능프로 종영에 대한 새 모습
'라인업' 마지막 방송은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발상 전환의 모습을 보여줬다. 보통 폐지라는 운명을 맞은 예능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작별 인사를 고하지 않고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관례였던 것에 비춰봤을 때, '라인업' 종영분은 분명 새로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멤버들은 '격돌 30회'라는 타이틀로 1회부터 그간 7개월 동안의 '라인업' 방송분들을 촘촘히 돌아보며 언제부터 시청률이 저조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멤버들 각자 가장 재미있었던 기획, 힘들었던 기획 등을 회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와중에 멤버들은 그간 프로그램 폐지론에 시달려온 자신들의 속마음을 특유의 입담으로 재치있게 풀어냈으며 또한 과거 '라인업'에 출연한바 있는 스타들의 깜짝 출연이 덧붙여져 비운의 마지막 방송은 '축제 분위기'를 자아냈다.
'라인업'에 걸었던 멤버들의 기대와 그간의 불안감들이 고스란히 공개되며 타의적 종영에 대해 웃음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즉 폐지를 맞게 된 스토리가 웃음 소재로 활용된 점은 이경규의 영화 '복수혈전'의 실패가 이경규의 개그 인생에서 내내 웃음 소재로 활용된 것과 비슷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모습은 '라인업'의 마니아 시청자들에 대한 배려이자 시청률을 떠나 멤버들이 이 프로그램에 갖고 있던 애정과 나름대로의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잊지 못할 태안 봉사 프로젝트..예능프로의 새 가능성
'라인업'은 기름 유출사고로 신음하는 충남 태안 봉사활동을 통해 예능 프로그램도 사회 문제에 적극 참여,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중구난방하던 진행방향, MBC '무한도전'의 아성 등에 부딪혀 힘이 빠지던 '라인업'은 태안 봉사활동 방송분으로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했다. 이는 제작진도 시청률도 포기하고 만들 정도의 '단순함'에 있었다. 기름 유출 사고가 일어나자 '재미'에 대한 많은 고민없이 태안행을 택한 '라인업' 멤버들은 굵은 땀방울로 예상치 못한 전국민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라인업' 멤버들이 하나가 돼 기름 방제 작업을 벌인 방송은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으로 이어졌으며 대중들의 봉사 참여 욕구에 불을 지폈다. 이에 '라인업'은 축협으로부터 감사패를 수여받기도 했다.
물론 이 태안 봉사활동편이 한 중학생의 허위 사실 포로 인해 강한 몸살을 앓기도 했던 것은 '라인업'이 예능프로그램이란 타이틀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라인업'은 이런 루머에도 묻히지 않고 예능프로그램이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 프로그램은 사라져도 '라인'은 확고히
30회를 겪으며 장기간 함께 동고동락 해 온 '라인업' 멤버들은 마지막 방송에서 뭉클한 영상편지를 보내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라인업'의 '수장' 이경규는 멤버들에게 "오랜 방송 경험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참 낯설고 힘든 일인 것 같다"며 "나라는 사람은 버럭하고 발길질만 하지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법은 배우지 못한 것 같다. 더 좋은 멋진 곳에서 만나길 바란다. 끝까지 '라인업'을 지키지 못한 형이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런 이경규의 모습처럼 '라인업' 멤버들은 그간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우정을 더욱 확고히했다. 이경규, 김용만을 필두로 김구라, 신정환, 윤정수, 이윤석, 김경민, 붐 등으로 구성된 '라인업' 멤버들은 '따로 또 같이' 지상파 3사 프로그램에서 '라인업'을 통해 다져진 우정을 과시한다.
한 예로 김구라와 이윤석은 개편 신설된 KBS 해피FM (106.1MHZ)에서 방송되는 라디오 프로그램 '김구라 이윤석의 오징어'에서 진행자로 발탁,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 프로그램 첫 방송에는 두 사람의 DJ 호흡을 축하하기 위해 다름 아닌 김용만이 출연했다. 김용만은 '라인업'을 통해 맺어진 우애를 위해 모든 스케줄을 다 접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 멤버들의 이름값보다는 '캐릭터 조화'가 중요..진리 일깨워
'라인업'은 이경규, 김용만, 김구라, 신정환 등 방송계를 주무르는 멤버들이 총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굴욕적인 애국가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무엇보다도 개성 강한 멤버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됐다. 실제로는 어느 촬영장보다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한 '라인업' 멤버들이었지만 이런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는 다가오지 못했다.
이윤석은 '라인업' 마지막 방송에서 개인적인 문제와 컨셉 등에 대한 고민없이 이경규, 김용만 등 훌륭한 선배들을 믿고 아무 준비없이 프로그램에 합류한 것을 ‘무임승차’라는 표현을 빌어 아쉬워했다. 다시 시즌 2격으로 '라인업'을 하자는 제의가 들어와도 굳은 마음가짐 없이는 합류하지 않을 거라며 "앞으로 가녀리고 작지만 혼자 빛을 내는 호롱불이 되겠다"고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성공한 예능 버라이어티에는 캐릭터가 살아있음을 볼 수 있다. '라인업'은 멤버들 각각의 능력보다는 다 함께 조화를 이뤄 발휘하는 시너지 효과가 더욱 중요함을 마지막 방송을 통해 일깨웠다.
- 출처 : 마이데일리 최나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