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첫 아르바이트가 기억난다..

고3 때 수능을 끝내고 수원 영통 둘째누나네 집에서 잠깐 지냈을 무렵의 일이다..
친구와 함께 영통에서 전단지를 돌리는 일이었다..
수능이 끝난지라 용돈을 좀 벌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지역신문을 뒤져 찾아낸 알바였다..

일단 알바 내용은 이렇다..
그 당시만 해도 영통이 새로 들어선 주택지구라 사람들이 한창 입주를 마무리하는 때였다..
그래서 상가들이 활기를 찾아가는, 그런 시기였다..
그래서 어떤 점포에서 간판도 없이 전단지를 통해 걸려오는 전화로만 배달을 나가는, 그런 스타일의 장사를 하고 있었다.
 중국집으로 기억되는데, 중국 음식 뿐만이 아니라 돈까스, 분식 등등 많은 메뉴가 있었다..
바로 이 점포의 중추적인 연결 루트인 전단지..
그걸 돌리는게 우리들의 일이었다..

하루에 3~4시간동안 1,000장의 전단지를 지정해주는 아파트단지를 돌며 현관문 문고리에 끼우고 나오면 되는, 어떻게 보면 간단한 일이었다..
아파트 한 동에 들어가서 맨 윗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뒤 층마다 차례대로 내려오며 문고리에 전단지를 끼웠다..
나름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니 나쁜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을 누르는데 아줌마가 서둘러 타더니, 20층 어디에 가냐는 것이다..
할 말이 없어서 그냥 전단지 돌리러 왔다, 했더니 들으라는 듯이 전단지가 귀찮아 죽겠다는..
그래서 그 20층은 패스하고 내려왔다..
역시 아줌마들은 전단지를 싫어한다..
그래서 층마다 내려올 때 밑 층에서 소리가 나면 내려가기가 겁났다..
아무튼 그래서 조금씩 사람들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경비아저씨도 한 몫 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따라와서는 이런거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T^T

결국 우리는 3일만에 일을 그만 두게 되었다..
하루 3~4시간 일했던 것 치고는 보수가 꽤 짭짤한 편이었지만, 돈을 받으러 가니 나를 바라보는 달라진 시선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것도 못하냐..'라는 식의 눈빛..

어찌됐든 나의 생애 첫 아르바이트는 이렇게 끝이 났다..
그 뒤로도 많은 알바를 해봤지만, 이 알바의 경험을 토대로 사람이 무서워지는 알바는 절대 피해서 했던 기억이 있다..
차라리 호프집 같이 사람과 만나고 부딫히는 공간이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돌리다가 남은 전단지를 둘째누나네 집 방 한 켠에 쌓아두었었는데, 그걸 치우느라 고생했을 둘째누나한테 내심 미안한 마음 가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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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픽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