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만드는 것 좋아…명절증후군 없어요"

"처음엔 그 많은 음식을 다 어떻게 준비하나 걱정이었는데 이젠 명절 만큼 기다려지는 날이 없어요."

올해로 한국에 시집온 지 벌써 14년. 이젠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노우에 아끼꼬(52)씨에게 추석은 여전히 설렘 그 자체다.

한국의 추석은 일본보다 격식도 복잡하고 해야 할 일도 많은, 다소 번거로운 날이지만 1년에 꼭 두번, 설날과 추석이면 반가운 온 식구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의왕시에 사는 아끼꼬씨는 1996년 일본에서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 한국에 시집왔다.

혈혈단신 넘어 온 낯선 한국 땅에서 지금처럼 정착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지만 1남4녀 화목한 가정, 맏며느리로서의 새삶은 그에게 매일이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차례 한국에서 명절을 치러오면서 반(半) 한국인이 다 됐지만 아끼꼬씨에게는 특이하게 한국 며느리들이라면 누구에게나 다 있는 '명절 증후군'이 없다.

보통의 며느리라면 추석을 앞두고 벌써부터 차례상 차리기다 뭐다 해서 걱정이 태산이지만 아끼꼬씨에게 이 모든 것은 한국에서 만난 또 다른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일본에도 추석과 비슷한 명절이 있어요. 그런데 한국처럼 격식을 차려 음식을 많이 한다거나 성묘를 하는 등의 독특한 풍습은 없죠."

아무리 그래도 한국 며느리들조차 힘들어 고개를 가로젓는 차례상 준비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아끼꼬씨는 "음식이야말로 내 전공 분야"라며 웃었다.

"워낙 음식하는 걸 좋아해서요. 특히 대학교 때 따놓은 영양사 자격증이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숙주나물과 도라지나물, 그리고 갈비찜은 아마 저를 따라올 사람이 없을 걸요?"

이렇듯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똑소리나는 며느리인 아끼꼬씨는 현재 경기남부여성결혼이민자네트워크 회장으로, '후배 며느리'들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국의 독특한 문화는 시댁에서 많이 배웠어요. 명절이 다가오니 2년 전 돌아가신 시부모님 생각이 더 많이 나네요."

아끼꼬씨는 "올해 추석에는 돌아가신 시부모님이 모셔진 납골당에 들러 인사를 드린 다음 모처럼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척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며 "가족의 정을 새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한국의 추석이 좋은 이유"라며 밝게 웃었다.


- 출처 : 노컷뉴스(cbs.co.kr) 노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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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픽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