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최적의 주거여건을 갖춘 구로1동 아파트 시세는 인접한 신도림동과 비교해 1억원 이상 낮게 형성돼 있다. 사방이 철도기지창과 남부순환로, 서부간선도로 등 도시고속화도로에 둘러싸여 외부와 고립된 '교통섬'인 게 가장 큰 이유다. 진ㆍ출입로가 형식적으로 두 군데 마련돼 있지만 워낙 미로처럼 얽혀 있어 토박이조차 헷갈려하며 대중교통과도 제대로 연결돼 있지 않다.
◆ '따블~' 외쳐도 택시기사 외면
= "이 동네에는 도둑이 없어요. 왠줄 아세요. 들어오기도 힘들지만 한번 들어오면 출구를 찾을 수 없어 결국 맴돌다 붙잡히고 말기 때문이지요."
이성 구로구청장의 말이다. 그의 얘기대로 구로1동 오른편으로는 거대한 구로철도차량기지가 버티고 서 있다. 또 서쪽으로는 서부간선도로가, 남쪽으로는 남부순환로가 지나가면서 동네를 고립시키고 있다. 북쪽은 국철 경인선이 가로막고 있다.
진ㆍ출입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진ㆍ출입로는 △남부순환로 구로 IC △서부간선도로 근상프리즘팰리스 앞 등 두 곳에 마련돼 있다.
그러나 남부순환로와 가마산길이 만나는 구로IC 도로는 실타래처럼 복잡해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분간하기 힘들도록 만들어져 사실상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구일우성아파트 주민인 마영희 씨는 "물건 주문하는 게 가장 힘들다. 택배기사들이 동네로 진입하려다 번번이 길을 놓쳐 멀리 개봉동까지 몇 번씩 둘렀다며 화를 내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라며 "택시기사들도 구로1동으로 가자고 하면 대놓고 싫은 내색을 하며 '따블~'을 외쳐도 꺼린다"고 했다. 잘못 진입했다가 역주행하는 아찔한 상황도 빈발한다. 주공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신현옥 씨는 "IC 부근에는 구조가 각 도로에서 진입하는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도록 돼 있어 특히 남부타운 앞에서는 접촉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여기는 고속화도로가 서로 만나는 지점이어서 도로구조를 변경한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바뀌는 게 전혀 없다는 점이다.
위쪽에 있는 근상프리즘팰리스 앞 진출로는 이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지만 신도림쪽을 빠져나가는 지점에서 방문자들이 우왕좌왕하기는 마찬가지다.
◆ 대중교통 사실상 마을버스 1대
= 대중교통도 불편하기 그지없다. 주변 도로에는 버스가 아예 서지를 않으며 동네 안으로 들어오는 버스래야 마을버스 10번, 13번 등 2개 노선이 고작이다.
그나마 13번은 애경백화점까지만 순환하며 배차간격도 20분에서 최대 40분까지 길어 별 도움이 안 된다. 구청, 도서관, 복지관 등 편의시설이 밀집한 구로2동까지 가려면 버스 등 대중교통을 몇 번이나 갈아타야 한다. 공장, 미나리밭, 쓰레기장이 있던 구로1동은 1983년 칠성아파트가 들어오면서 주거지역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뒤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단지 중앙부에 연예인아파트가 생기고 '구로의 명동'으로까지 불리던 지역이다.
그러나 교통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주민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연예인아파트에는 한때 내로라하는 연예인이 많이 살았으나 지금은 원로 연예인 몇 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떠났다. 아파트 시세도 턱없이 낮다. 113㎡형 아파트는 3억6000만~3억9000만원 정도 형성돼 있는데 신도림동 아파트는 5억~6억씩 한다.
◆ 차량기지라도 옮겨달라
= 현 상태에서 해결책은 통로를 철도차량기지 쪽으로 내는 방법 밖에 없다. 하지만 차량기지는 폭이 200m나 된다. 지하로 뚫든, 고가로를 놓든 막대한 비용투자가 불가피하다.
차량기지 안으로는 KTX와 전철, 일반 철도 등도 지나가지만 차지하는 면적이 넓지 않다. 대부분 차량기지와 관련 부속시설이다. 따라서 차량기지만 다른 지역으로 옮겨주면 철로 위로 도로를 설치해 진ㆍ출입로를 확보할 수 있다고 구로구청과 주민들은 주장한다.
차량기지 이전은 소음 민원 해소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일우성에 산다는 강석영 씨는 "몇 년 전 기지창 소음을 측정해 보니 80데시벨(㏈)이 나왔다. 이는 오랜 기간 계속 들으면 청각장애가 올 수도 있는 수준"이라며 "밤 늦게까지 차량을 수리하는 소리에 학생들이 공부를 못하는 지경"이라고 했다.
국회의원들과 구청장들은 매번 차량기지 이전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지만 여태 성사되지 않고 있다.
타당성 용역도 수차례했다. 민선5기 이성 구청장도 이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구청장은 "차량기지를 안양이나 광명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로구는 현재 차량기지를 다양한 용도로 개발해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이전 예정지 주민들과 공유하겠다는 진일보한 대안을 내놓았지만 땅 소유주인 코레일과 해당 지자체는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않아 주민들을 애태우고 있다.
- 출처 : 매일경제(mk.co.kr) 배한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