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김제동..

김제동씨는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 사회를 마친 뒤였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습니다. 제동씨는 그 비를 고스란히 다 맞으면서 대통령님의 ‘아주 작은 비석’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빗줄기가 제동씨의 옷속으로 파고들고 있었습니다.

한 아주머니께서 김제동씨를 발견하고는 울먹이며 다가오셨습니다. 뭔가 웅얼거리시는데 잘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제동씨는 아주머니를 조용히 품에 안으셨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제동씨에게서 들리는 나지막한 소리.

"저는 괜찮을 겁니다. 저는 괜찮을 겁니다."

제동씨도 함께 울었습니다. 아주머니가 제동씨의 품에 안겨 무엇을 물었는 지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는 제동씨의 품에 5분 가까이 안겨 계셨습니다. 알 수 없는 말을 웅얼거리며, 제동씨의 품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제동씨는 뿌리치지 않았습니다. 아주머니가 충분히 위로받을 때까지 등을 토닥여주었습니다.

제동씨는 말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분, 잘 계실 겁니다."




아주머니는 그제서야 제동씨의 품에서 나오셨습니다.

김제동씨는 마음이 참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정권에 밉보였습니다. 대통령님을 추모하고 대통령님을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로한 죄입니다.

좌와 우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인 것을 모르는 정권입니다. 제동씨를 방송국에서 자꾸 밀어내고 있습니다. 제동씨가 “저는 괜찮을 겁니다” 하고 울먹이며 말했지만, 괜찮을 리가 있겠습니까. 아닌 것, 제가 다 압니다. 온 국민이 다 알 겁니다.

자기는 괜찮다며 아주머니를 위로하는 그 모습을 보는 제가 다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김제동님. 당신은 정말 노무현님을 닮았습니다.

바보 노무현님. 손해볼 길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옳다고 믿는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 바보를 닮았습니다.

김제동님. 그래도 당신은 사랑스런 바보입니다. 그 분 처럼...

좋은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 출처 : 한겨레(hani.co.kr) 허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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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은 오른쪽 스티큐브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픽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