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말하세요, 사랑한다고…고맙다고…

◆ Y씨는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대학 교수였던 그는 가족들에게도 따뜻한 말 한 마디를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임종 무렵, 기적적으로 형과 대화할 시간이 생겼다. Y씨는 형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몇 시간 후 Y씨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얼굴은 만족스러워 보였다.

◆ H씨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었다. 주변에서 모두 그를 통솔력과 결단력이 넘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죽음 직전, H씨는 굉장히 불안해 했다. 그는 "나만 잘났다고 믿고 살았다"며 "다른 사람 얘기도 듣고, 주위를 좀 더 살피면서 살았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Y씨와 H씨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둘 다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었고,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한 사람은 후회 없이 떠난 반면, 다른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후회했다. 대체 무엇이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다르게 만든 것일까.

요즘 `웰다잉(Well-Dying)`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조계종 등 종교단체들은 죽음을 그저 두렵고 피해야 할 것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 짓자는 `웰다잉`을 전파하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당시에도 이 개념이 화제를 모았었다. 죽음을 `삶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로 인정하자는 것이 주된 목표다.

오츠 슈이치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황소연 옮김ㆍ21세기북스 펴냄)는 이런 `웰다잉`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인생의 마지막을 앞둔 환자들의 후회를 들려주며 어떻게 삶을 살고, 마무리 짓는 것이 좋은지에 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말기 암 환자들의 고통을 직접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전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마음에 와닿고, 가슴을 울린다.

사람들의 마지막 후회는 결코 특별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행동들, 지금 당장 옮길 수 있는 사소한 실천들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더 많이 할 걸,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할 걸, 죽도록 일만 하지 말고 내게 휴식을 줄 걸 하면서 후회한다.

오츠는 "평소에는 바로 행동할 수 있는, 이 사소한 실천들을 마지막을 앞둔 사람들은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었다"고 회상한다.

어쩌면 우리가 뻔하게 떠올릴 수 있는 후회의 목록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산, 자식, 결혼, 종교 등 죽기 전에 현실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소재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공감대는 더욱 커진다. 특히 자신의 장례식을 두고 가족들이 당황할 모습이 싫어 스스로 준비했다는 여자 환자의 이야기는 많은 울림을 준다.

저자는 말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사소한 일이라도 뒤로 미루지 않은 사람은 후회가 적었다고. 정말 흔치 않은 경우였지만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눈을 감는 순간에 당당하게 말한 사람도 있었다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순간순간 스쳐가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작은 일이라도 흘려버리지 말고, 하고 싶다면 지금 하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환자들이 죽음을 앞두고 말한 스물다섯 가지 후회를 하나하나 소개하겠다. 목록은 `결국 우리가 가장 많이 후회하는 건 작은 사안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 일`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요즘 `버킷 리스트(Bucket Listㆍ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를 만드는 사람도 많다는데, 이 목록을 보며 자신의 현재 삶을 되돌아보길 바란다.


- 출처 : 매일경제(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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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픽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