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시효제도

  1. 시효제도의 의의와 특성

법은 원칙적으로 권리관계에 의한 사실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그 권리관계에 반한 사실상태는 허용하지 아니한다. 권리는 그 이익의 향유를 법이 보장하는 지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의 사회생활관계에서는 오랫동안 일정한 사실상태가 계속되었기에 그 사실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의 안정과 신뢰를 지키는 것이 될 때에는 권리관계의 진실성여부와 관계없이 그 사실상태 자체를 존중할 필요성이 요구되기도 한다.
이러한 양면성은 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권리관계를 시효제도를 통하여 스스로 부인하고 사실상태 자체를 그대로 인정하는 법의 양면성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법의 양면성은 법이 관념적 권리관계뿐만 아니라 사실적 생활관계가 병존하는 인간의 사회생활관계를 규율한다는 점에서 필연적이다.
시효제도는 기존의 권리관계보다 사실상태의 지속으로 인하여 형성된 질서를 우선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효제도에 의하면 일정한 사실상태가 형성되어 일정한 기간동안 지속성을 유지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새로운 질서가 우선할 수 있도록 그 질서에 대한 신뢰조성을 요구한다. 그리고 신뢰를 얻은 그 질서는 정당한 것이고 그 정당성도 입증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 질서의 존중은 사회의 안정과 신뢰의 존중이므로 시효제도에 관한 규정은 강행규정으로 나타난다(제184조 제2항 참조).
민법은 시효에 관하여 소멸시효(제162조 내지 제184조)와 취득시효(제245조 내지 248조)를 두고 있다.

  2. 소멸시효

   (1) 소멸시효의 의의와 특성

소멸시효란 권리가 행사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어 일정기간(소멸시효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소멸시효기간은 ‘권리의 존재를 부인할 수 있을 정도로 객관적인 신뢰를 조성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하며 그 기간은 법정되어 있다(제162조 참조).
소멸시효기간이 권리의 존재를 부인할 만한 신뢰를 조성하는 데 필요한 기간이라면 그 권리가 행사되지 않는 상태는 소멸시효기간동안 지속되어야 한다. 그 지속성이 단절된다는 것은 권리존재를 부인할 수 있는 신뢰가 조성되지 못하고 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소멸시효의 중단).
소멸시효는 권리가 행사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어 소멸시효기간을 경과함으로써 완성된다. 그러나 그 권리주체에게 정상적인 권리행사가 이루어질 수 없는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멸시효기간이 경과되었다고 하여 시효완성의 효력(권리의 소멸)을 인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므로 그 장애가 소멸한 후 일정기간이 경과한 때에만 시효가 완성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게 된다(소멸시효의 정지).

   (2) 소멸시효의 완성요건

① 권리행사의 부존재

(a) 시효로 소멸될 수 있는 권리

민법은 소멸시효에 의하여 소멸될 수 있는 권리에 대하여 채권과 함께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을 규정하고 있다(제162조 참조). 그러나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에 있어서도 그 특성에 의하여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점유권, 담보물권 등을 들 수 있다. 점유권은 사실적 지배여부에 의한 권리이고, 담보물권은 피담보채권의 종된 권리라는 특성 때문이다.
이 외에도 물권적 청구권, 상린관계, 공유물분할청구권 등도 그 기본되는 권리의 권능에 의미를 가지므로 자체로 권리불행사상태를 인정할 수 없으며 독립하여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 형성권도 마찬가지이지만 권리변동의 형성력이 있다는 점에서 제척기간을 두게 된다. 그러나 소멸시효기간이 소멸의 신뢰조성을 위한 법정기간으로서 의미를 가지는 반면에 형성권의 제척기간은 형성권행사를 요구하는 법정기간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b) 권리행사의 부존재

소멸시효가 완성되려면 권리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사하지 않고 있었어야 한다. 권리행사의 부존재시점이 곧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된다. 그러므로 소멸시효기간의 기산점은 권리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이다(제166조 제1항).
권리의 유형에 따라 구체적으로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판단되어야 하겠지만 권리자의 권리행사가 가능하다고 인정되는 시점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확정기한이 있는 채권은 기한이 도래한 때, 불확정기한이 있는 채권은 객관적으로 기한이 도래한 때, 정지조건부 채권은 조건이 성취한 때, 기한을 정하지 않은 채권은 채권이 성립한 때, 부작위채권은 채무자가 위반행위를 한 때, 해지통고 또는 청구 후 일정기간이 경과하여야 청구할 수 있는 채권은 그 기간이 경과한 때에 권리행사가 가능하게 된다.

② 소멸시효기간의 경과

소멸시효가 완성되려면 권리자의 권리불행사상태가 계속되어 시효기간을 경과하였어야 한다. 채권이외의 재산권은 소멸시효기간이 20년이다(제162조 제2항).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원칙적으로 10년이지만(제162조 제1항), 일정한 채권에 대하여는 3년 또는 1년 등 단기의 소멸시효기간을 두고 있다(제163조, 제164조). 상행위로 인한 채권(상사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5년이다(상법 제64조 참조).
그러나 단기의 소멸시효에 해당되는 채권도 판결에 의하여 확정되거나 파산절차, 재판상 화해 또는 조정 기타 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것에 의하여 확정된 때에는 그 소멸시효기간은 10년으로 한다(제165조 제1항 및 제2항). 다만, 판결확정당시에 변제기가 도래하지 아니한 채권은 여전히 단기의 소멸시효기간을 적용한다(제165조 제3항).

*** 3년의 소멸시효에 해당되는 채권(제163조)
- 이자, 부양료, 급료, 사용료, 기타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또는 물건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제1호)
- 의사, 조산원, 간호원 및 약사의 치료, 근로 및 조제에 관한 채권(제2호)
- 도급받은 자, 기사 기타 공사의 설계나 감독에 종사하는 자의 공사에 관한 채권(제3호)
-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계리사 및 법무사에 대한 직무상 보관한 서류의 반환을 청구하는 채권(제4호)
-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계리사 및 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제5호)
-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제6호)
- 수공업자 및 제조자의 업무에 관한 채권(제7호)

*** 1년의 소멸시효에 해당되는 채권(제164조)
- 여관, 음식점, 대석, 오락장의 숙박료, 음식료, 대석료, 입장료, 소비물의 대가 및 체당금의 채권(제1호)
- 의복, 침구, 장구, 기타 동산의 사용료의 채권(제2호)
- 노역인, 연예인의 임금 및 그에 공급한 물건의 대금채권(제3호)
- 학생 및 수업자의 교육, 의식 및 유숙에 관한 교주, 숙주, 교사의 채권(제4호)

   (3) 소멸시효의 중단

① 소멸시효의 중단의 의의와 효력

소멸시효의 중단이란 소멸시효의 진행 중에 권리가 행사되지 않는 상태의 지속성이 깨지는 일정한 사실이 발생된 경우를 말한다.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는 청구,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승인이 인정되고 있으며(제168조), 구체적인 내용은 제170조 내지 제177조에서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소멸시효가 중단되면 중단까지에 경과한 시효기간은 무효이다(제178조 제1항 참조). 시효중단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중단사유가 존재하는 당사자 및 그 승계인 간에만 효력이 있다(상대적 효력 ; 제169조). 그러나 연대채무에 있어서 이행청구로 인한 소멸시효의 중단(제416조 참조), 보증채무에 있어서 주채무의 소멸시효의 중단(제440조 참조), 공유지역권에 있어서 소멸시효의 중단(제296조 참조) 등은 절대적 효력이 인정된다.
소멸시효의 중단사유가 종료된 때에는 그 때부터 새로이 소멸시효가 진행된다(제178조 제1항). 재판상 청구로 인하여 중단한 시효는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진행한다(제178조 제2항).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등으로 중단된 때에는 그 절차가 끝난 때로부터 진행될 것이며 승인으로 중단된 때에는 승인이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로부터 진행한다.

②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제168조)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로는 청구,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승인이 인정되고 있다(제168조). 청구,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은 권리자에 의하여 적극적으로 행하여지는 소멸시효중단사유이지만 승인은 의무자에 의한 시효중단사유이다.

(a) 청구(제168조 제1호)

청구란 권리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받을 수 있는 자에 대하여 그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말하며, 그 유형으로는 재판상 청구(제170조), 파산절차참가(제171조), 지급명령(제172조), 화해를 위한 소환 또는 임의출석(제173조), 최고(제174조) 등이 있다.
재판상 청구를 한 때에는 소멸시효가 중단된다. 그러나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제170조 제1항). 다만 6월내에 재판상 청구, 파산절차참가,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한 때에는 최초의 재판상 청구로 인하여 중단된 것으로 본다(제170조 제2항). 상대방이 제기한 소에 응소하여 주장한 권리가 받아들여진 경우에는 재판상 청구로서 시효가 중단되지만(대판 1997.11.11. 96다28196), 응소하더라도 단순히 원고의 주장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재판상 청구로 인정되지 아니한다(대판 1997.12.12. 97다30288 참조).
파산절차에 참가하면 파산절차참가신청을 한 때에 소멸시효가 중단된다. 그러나 채권자가 참가를 취소하거나 참가신청이 각하된 때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제171조).
지급명령을 신청한 때에도 소멸시효는 중단된다. 제172조는 채권자가 법정기간내에 가집행신청을 하지 아니하여 지급명령의 효력을 잃은 때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가집행신청제도가 민사소송법의 개정으로 폐지되었기에 무의미하다.
화해를 위한 소환 또는 임의출석을 한 경우에는 소환신청을 한 때 또는 임의출석을 한 때에 소멸시효가 중단된다. 그러나 화해를 위한 소환에 상대방이 출석하지 아니하였거나 화해가 성립되지 아니한 경우, 임의출석을 하였으나 화해가 성립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1월내에 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제173조). 조정신청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이해한다.
최고를 한 때에도 소멸시효는 중단된다. 그러나 최고후 6월내에 재판상 청구, 파산절차참가, 화해를 위한 소환, 임의출석,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등을 하지 아니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제174조).

(b)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제168조 제2호)

압류는 확정된 판결 기타 채무명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강제집행을 말하며, 가압류는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강제집행을 보전하기 위한 임시의 압류형태이다. 가처분은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현재 상태의 변경으로 당사자의 권리가 실행되지 못하거나 실행에 현저히 곤란한 염려가 있어서 임시로 일정한 처분이 필요한 경우 또는 다툼있는 권리관계에 대하여 임시로 지위를 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지는 임시의 강제집행수단이다(제175조 및 제176조).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한 때에는 소멸시효가 중단된다. 그러나 권리자의 청구에 의하여 취소되거나 법규정에 의하여 취소된 때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제175조).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은 소멸시효완성의 이익을 받은 자에 대하여 하여야만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시효의 이익을 받은 자에 대하여 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사실을 그에게 통지하여야만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 예를 들면, 물상보증인에 대한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하였을 때에는 채무자에게 그 사실을 통지한 후가 아니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는 것이다.

(c) 승인(제168조 제3호)

채무자의 승인행위로 소멸시효가 중단된다. 승인이란 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이익을 받을 자가 채무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행위를 말한다(제177조). 승인의 성질은 관념의 통지에 해당된다.
승인행위는 관리행위의 일종이므로 처분능력이나 처분권한을 요하지 아니한다(제177조). 그러나 적어도 관리능력이나 관리권한은 있어야만 승인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무능력자는 처분능력은 물론 관리능력도 없으므로 단독으로 승인행위를 한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제177조에서 상대방의 권리를 기준으로 하여 의무자(채무자)의 처분능력이나 처분권한있음을 요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것은 처분능력이나 처분권한이 권리를 기준으로 한 용어라는 점에서 불가피하게 상대방이 보유하는 권리에 관하여 표현된 것이다.
승인의 방법은 제한이 없으므로 묵시적 승인도 가능하다. 그러나 상대방에 대한 관념의 통지이어야만 한다. 예를 들면, 1번 저당권이 있음을 알면서 2번 저당권을 설정하였다고 하여 1번 저당권자에 대하여 채무의 승인을 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4) 소멸시효의 정지

① 소멸시효정지의 의의와 효력

소멸시효의 정지란 권리자가 소멸시효를 중단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그 권리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시효의 완성을 일시적으로 유보하는 것을 말한다. 소멸시효가 정지된 후 그 사정이 해소되면 그 때로부터 법정기간이 경과된 때에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소멸시효의 정지는 시효의 완성을 유보하는 것이므로 소멸시효기간의 진행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혼인중에도 부부간의 권리에 대한 소멸시효는 진행되는 것이고, 그 시효의 완성은 이미 시효기간이 만료되었다고 하여도 혼인관계종료후 6월이 경과한 때에 완성하도록 유보된 것이다.
소멸시효의 정지사유로는 무능력자를 위한 시효정지(제179조 및 제180조 제1항), 혼인관계에 의한 시효정지(제180조 제2항), 상속재산에 관한 시효정지(제181조), 천재 기타 사변에 의한 시효정지(제182조) 등이 있다.

② 소멸시효의 정지사유

(a) 무능력자를 위한 시효정지

소멸시효기간의 만료 전 6월 내에 무능력자의 법정대리인이 없을 때에는 그가 능력자가 되거나 법정대리인이 취임한 때로부터 6월 내에는 시효가 완성하지 아니한다(제179조).
무능력자의 권리가 재산을 관리하는 부, 모 또는 후견인에 대한 권리인 경우에는 그가 능력자가 되거나 후임의 법정대리인이 취임한 때로부터 6월 내에는 소멸시효가 완성하지 아니한다(제180조 제1항). 무능력자의 재산을 관리하는 부, 모 또는 후견인 자신이 의무자이기 때문에 무능력자의 권리행사를 방치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도록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b) 혼인관계에 의한 시효정지

부부의 일방의 타방에 대한 권리는 시효기간이 완료되더라도 혼인관계가 종료한 때로부터 6월 내에는 소멸시효가 완성하지 아니한다(제180조 제2항). 부부라는 특수한 관계에서는 상호간에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등 정상적으로 권리를 행사하기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c) 상속재산에 관한 시효정지

상속재산에 포함되어 있는 권리 또는 상속재산에 대하여 행사할 권리는 상속인의 확정, 관리인의 선임 또는 파산선고가 있는 때로부터 6월 내에는 소멸시효가 완성하지 아니한다(제181조). 상속재산이 귀속된 주체나 그 관리인이 확정되어야만 권리행사가 실질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d) 천재 기타 사변에 의한 시효정지

천재 기타 사변으로 인하여 소멸시효를 중단할 수 없을 때에는 그 사유가 종료한 때로부터 1월 내에는 시효가 완성하지 아니한다(제182조). 천재는 지진, 폭우, 폭설, 태풍, 혹한 등 자연적 재해를 말하며, 사변은 전쟁, 내란, 폭동, 교통 또는 통신망의 단절 등 천재에 상당하는 사유를 말한다.

   (5) 소멸시효완성의 효과

① 소멸시효의 완성과 권리소멸의 관계(절대적 소멸설과 상대적 소멸설)

권리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 그 권리의 소멸에 관하여 민법은 ‘.....소멸시효가 완성한다(제162조 내지 제163조)’라고만 표현하고 있으며 시효완성의 구체적인 내용은 규정하지 않고 있다.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곧 권리가 당연히 소멸한다는 견해(절대적 소멸설)와 시효가 완성되어도 권리가 당연히 소멸하는 것은 아니며 시효의 이익을 받을 자에게 권리의 소멸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시효이익의 원용권)가 발생된다는 견해(상대적 소멸설)가 대립되고 있다.
소멸시효의 완성은 권리불행사상태의 지속으로 인하여 권리가 없는 것과 같은 신뢰조성이 객관적으로 확정된 것이다. 그러므로 시효이익을 받을 자의 주관성에 의하여 권리소멸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효의 완성으로 곧 권리는 소멸된다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민법도 소멸시효를 적용하는 개별적인 규정에서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제766조)고 표현하고 있고, 취득시효의 경우에도 시효기간이 경과하면 취득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45조, 제246조 참조).

② 소멸시효의 소급효

소멸시효는 그 시효기간동안 권리불행사 상태가 지속되어 권리의 존재의의를 잃었다는 점에서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이므로 그 효력은 권리불행사가 시작된 기산일에 소급하여 발생된다(제167조).
그러나 채권의 경우에는 비록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하여도 그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다(제495조). 이미 채권자는 상대방의 채권과 상계된 것으로 생각하여 자기의 채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주된 권리의 소멸시효가 완성한 때에는 종속된 권리에도 그 효력이 미친다(제183조). 예를 들면,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에 이자채권이나 보증채무관계는 종된 권리관계로서 소급하여 소멸된다.

③ 시효이익의 포기

(a) 시효이익의 의의와 특징

시효의 이익이란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권리가 소멸됨으로써 얻는 이익을 말한다. 시효이익의 포기는 상대적소멸설에 의하면 시효완성으로 인하여 발생된 시효이익의 원용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소멸시효의 완성에 따라 권리는 소멸된 것이며, 그 소멸로 인하여 의무자에게 발생된 시효이익의 귀속을 포기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의무자에게 시효이익이 귀속되는 것은 절대적이다. 소멸시효의 이익을 시효기간의 완성 전에 미리 포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제184조 제1항)한 것도 개인이 자의로 시효제도의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의의를 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취지인 것이다. 법률행위에 의하여 소멸시효를 단축 또는 경감할 수는 있지만 배제, 연장 또는 가중할 수 없게 한 것도 그러하다(제184조 제2항).

(b) 시효이익의 포기방법과 효과

소멸시효의 이익은 미리 포기하지 못한다(제184조 제1항). 그러므로 시효가 완성되어 시효의 이익이 발생되어야만 포기가 가능하다. 시효이익이 발생되어 의무자에게 귀속된 이후에 그 의무자의 사적자치에 따른 시효이익의 포기는 시효제도의 의의를 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효이익의 포기는 처분행위의 일종이므로 포기자는 처분의 능력이나 권한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시효이익의 포기행위는 상대방있는 단독행위이다. 그러므로 포기의 의사표시는 상대방에 대한 일방적 의사표시로서 시효가 완성된 사실을 알고 하여야 한다. 시효완성의 사실을 모르고 한 채무의 변제 또는 확인은 시효이익을 포기하는 의사가 없으므로 시효이익의 포기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시효이익의 포기없이 변제한 경우에는 부당이득관계가 되지만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제744조)로 인정되어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게 된다.
시효이익을 포기하면 처음부터 권리가 소멸하지 않았던 것으로 된다. 그러나 그 포기의 효과는 포기자 이외의 자에 대하여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상대적 효력). 포기자의 사적자치로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주채무자가 시효의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그 효력은 보증인에게 미치지 않으며(제433조 제2항), 연대채무자의 한 사람이 시효의 이익을 포기하여도 다른 연대채무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제423조).
시효이익의 포기는 시효기간의 이익을 포기하는 경우와 구별된다. 시효기간의 이익을 포기하는 것은 의무자가 승인(제168조 제3호)을 하여 소멸시효를 중단시킴으로써 진행된 시효기간의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다.

  3. 취득시효

   (1) 취득시효의 의의와 특성

취득시효란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것과 같은 외관이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는 경우에 그 권리의 취득을 인정하는 시효제도를 말한다. 취득시효의 목적이 되는 권리로는 소유권이 대표적이므로 민법은 소유권에 관한 장에서 부동산과 동산을 구별하여 취득시효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제245조 내지 247조). 그러나 기타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의 경우에도 시효로 인한 취득이 가능하다(제248조 참조).
취득시효는 권리행사의 외관이 지속되어 일정기간(취득시효기간)을 경과한 때에 그 권리를 취득시키는 것이므로 취득시효기간은 그 권리의 존재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객관적인 신뢰를 조성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취득시효기간이 권리의 존재를 인정할 만한 신뢰를 조성하는 데 필요한 기간이라면 그 권리행사의 외관은 취득시효기간동안 지속되어야 한다. 그 지속성이 단절된다는 것은 권리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 신뢰가 조성되지 못하고 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취득시효의 중단).

   (2) 부동산소유권의 취득시효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일반취득시효 ; 제245조 제1항). 부동산의 소유자로 등기한 자가 1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선의이며 과실없이 그 부동산을 점유한 때에는 소유권을 취득한다(등기부취득시효 ; 제245조 제2항).
취득시효에 의한 소유권의 취득은 점유를 시작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다(제247조 제1항).

① 일반취득시효의 요건

(a) 점유의 요건

점유는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점유하여야 한다. 소유의 의사로 점유(자주점유)한다는 것은 소유자와 동일한 지배를 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이며 소유권이 있다고 믿고서 하는 자주점유(선의의 자주점유)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판 1994.11.25. 94다14612 참조). 자주점유는 추정된다(제197조 제1항 참조). 소유의 의사는 사실상 소유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충분하므로 부동산의 경우에 등기를 수반하지 않았다고 하여 타주점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대판 2000.3.16. 97다37661). 그러나 권원의 성질이 타주점유로 인정되는 경우(지상권자, 임차권자 등)에는 그 권리를 설정한 자에 대하여 자기의 소유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면 자주점유로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타주점유하는 토지에 자기 소유의 건물을 건축하였다고 하여도 그 토지에 대한 소유의 의사를 포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판 1985.3.26. 84다카2317). 매수한 토지의 공부상 면적을 상당히 초과하여 인도받아 점유한 경우에 초과부분의 점유도 타주점유로 본다(대판 2000.4.25. 2000다348 ; 대판 1999.6.25. 99다5866․6873).
점유는 평온하고 공연한 점유를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폭행이나 강박을 통하여 점유하거나 몰래 숨겨서 이루어진 점유는 시효취득을 위한 점유로 인정되지 아니한다. 평온, 공연한 점유는 추정된다(제197조 제1항 참조).
20년간 계속된 점유이어야 한다. 전후 양시에 점유한 사실이 있는 때에는 그 점유는 계속한 것으로 추정한다(제198조). 점유를 승계한 경우에는 자기의 점유만을 주장하거나 전점유자의 점유를 함께 주장할 수도 있다(제199조 제1항). 다만 전점유자의 점유를 함께 주장하는 경우에는 그 하자도 승계한다(제199조 제2항).

(b) 등기

취득시효에 의한 부동산소유권의 취득은 등기하여야만 한다(제245조 제1항). 법률행위에 의하지 않는 부동산물권변동에는 등기를 요하지 않는 것이 원칙(제187조)임에도 불구하고 취득시효에 의한 경우에는 등기를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취득시효의 완성에 따른 등기청구권은 채권적이다.
본질적으로 살펴보면, 취득시효에 의한 부동산소유권의 취득은 원시취득이므로 그 등기는 법리적으로 보존등기이어야 하고, 취득시효의 완성에 의하여 반사적으로 소멸될 부동산소유권은 말소등기를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소멸시효의 완성에 따른 등기는 소멸될 부동산소유권자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에 의한다.
시효로 부동산소유권을 취득하는 자는 시효완성 당시의 점유자이다. 그러므로 시효가 완성된 후 점유를 승계한 자는 소유명의자에 대한 전점유자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대위행사하여 자기의 전점유자에 대한 등기청구권을 보전하여야 한다(대판 1995.11.28. 95다22078).
시효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상대방은 시효취득기간만료시의 등기명의자이다(대판 1999.2.23. 98다59132). 그러므로 취득시효기간중 계속하여 등기명의자가 동일한 경우가 아니면 취득시효의 기산점을 임의로 정할 수 없는 것이고(대판 1998.4.10. 97다56822 ; 대판 1998.5.12. 97다8496), 취득시효완성에 의한 등기를 하기 전에 먼저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부동산소유권을 취득한 제3자에 대하여는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다(대판 1992.9.25. 92다21258). 다만 시효취득기간만료시의 등기명의자에 대하여 취득시효완성을 이유로 그 권리를 주장하였거나 등기청구권을 행사하였다면 그 등기명의자에 대하여 대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대판 1996.12.10. 94다43825).

② 등기부취득시효의 요건

등기부취득시효는 부동산의 소유자로 등기한 자가 1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선의이며 과실없이 그 부동산을 점유하여야 한다(제245조 제2항). 그러므로 일반취득시효의 점유요건 외에 점유개시시에 선의이며 과실없는 점유이었어야 한다. 선의의 점유는 추정되지만 무과실은 추정되지 아니한다(제197조 제1항).
등기는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 이미 시효취득자가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소유자로 등기한 자’란 적법하고 유효한 등기를 마친 자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대판 1994.4.26. 93다16765) 이중의 보존등기에 의하여 무효인 등기를 가진 후순위자는 포함하지 않는다(대판 1996.10.17. 96다12511 참조).
점유는 10년간 계속하였어야 한다. 점유기간이 일반취득시효의 점유기간보다 단축된 것은 점유자의 소유로 등기하여 공시되었다는 점과 선의이며 과실없는 점유이었다는 점이 소유권존재의 신뢰를 강화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유자로 등기된 기간도 10년이어야 한다.

   (3) 동산소유권의 취득시효

동산을 1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동산을 점유한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제246조 제1항). 특히 그 점유가 선의이며 과실없이 개시된 경우에는 5년을 경과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제246조 제2항).
취득시효로 인한 동산소유권의 취득은 점유를 개시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다(제247조 제1항).

   (4)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의 취득시효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에 대하여도 소유권에 관한 취득시효규정이 준용된다(제248조). 그러므로 부동산과 동산의 구별, 점유 또는 준점유의 요건충족에 따라 시효취득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재산권이라고 하여도 그 권리의 특성에 의하여 취득시효가 인정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점유권, 저당권, 유치권 등을 들 수 있다. 점유권은 점유 자체가 권리화한 것이며, 저당권은 점유를 수반하지 않고, 유치권은 법규정에 의하여 성립되는 법정담보물권이기 때문이다.

   (5) 취득시효의 중단과 정지

① 취득시효의 중단

취득시효의 중단은 소멸시효의 중단에 관한 규정(제168조 내지 제178조)은 취득시효에도 준용된다(제247조 제2항). 그러므로 점유자가 소유권자로부터 청구를 당하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을 당하는 경우, 점유자가 다른 소유자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경우(승인)에는  취득시효가 중단된다.

② 취득시효의 정지

취득시효의 정지에 관하여는 소멸시효의 정지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취득시효의 정지에 관한 규정은 없지만 소멸시효의 정지에 관한 규정이 유추적용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소멸시효의 정지제도는 시효기간이 완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권리행사가 불가능한 상태이므로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반사적 이익을 가지는 채무자와는 무관하게’ 소멸시효의 완성을 정지하여 그 권리자를 보호하려는 제도적 취지를 가지고 있다. 시효완성으로 소멸될 권리의 주체이면서도 그 권리의 행사가 불가능한 상태임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취득시효는 지속적인 사실상의 권리행사자에게 그 권리를 인정하고자 하는 제도이며, ‘취득시효로 인하여 소멸될 권리의 주체는 반사적 불이익을 받는 것뿐이므로’ 그 반사적 불이익을 고려하여 시효취득자의 시효완성을 정지할 이유는 없으며, 시효취득자의 여건도 아닌 사정에 따라 시효취득여부가 달라져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 출처 : 네이버 블로그 (http://cafe.naver.com/sociallaw.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62) -

올블로그추천버튼 블코추천버튼 블로그뉴스추천버튼 믹시추천버튼 한RSS추가버튼 구글리더기추천버튼

불후의 명곡은 오른쪽 스티큐브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픽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