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프로그램들의 무한 베끼기 전쟁이 갈수록 뻔뻔해지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 등 외국 예능 프로의 표절 논란에 휘말렸던 것도 벌써 옛말. 이제는 경쟁사의 인기 프로그램을 살짝 비틀거나, 아예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MBC '무한도전'이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며 시청자 관심을 모으자 TV 예능의 대세가 '무한도전' 따라하기로 바뀐게 물꼬를 텄다. 일부 시청자 사이에서 '일본 예능 프로와 비슷하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던 '무한도전' 스타일이 국내 TV 예능의 대세로 바뀌었다는 게 방송가 지적이다.
'무한도전'은 리얼 버라이어티 방식 뿐 아니라 리더십을 갖춘 메인 진행자 중심의 6인 집단 MC 체제를 내세웠고 '어린이날 동요 부르기 ' '무한도전 콘서트' '스포츠댄스대회 참가' 등 주제 또는 소재별로 멤버들이 무모한 도전을 벌이는 신선한 기획을 계속 선보였다. '악마' 박명수, '식신' 정준하 등 멤버별 캐릭터 구축에 주력한 것도 '무한도전'의 독특한 개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무한도전'이 한때 시청률 30%를 웃돌며 대한민국 간판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잡는 순간, 다른 예능들도 이에 뒤질세라 '무한도전'식 예능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집단 MC나 멤버별 캐릭터 구축까지 그대로 베끼기에 들어간 프로들도 지상파는 물론이고 케이블 방송에서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토요일 저녁 시간대 예능에서 '무한도전'에 일방적으로 밀렸던 SBS는 닮은 포맷의 '라인업'으로 맞대응했다가 조기 종영하는 비운을 맛봤다. 오랫동안 실험과 실패를 반복하며 완성도를 높힌 '무한도전'의 무늬만 가져간 게 실패의 한 원인이었다.
그러나 따라하기도 열심히 반복하다 보면 원본 이상의 결과물을 낳는 경우가 있다. '무한도전'의 리얼 버라이어티를 6인 멤버 여행 방식으로 살짝 비틀어 집중한 KBS '1박2일'은 순간최고시청률 40%를 웃돌며 요즘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존재감조차 희미해져 가던 SBS 예능은 '무한도전'과 '1박2일'을 섞어놓은 듯한 '패밀리가 떴다'로 맞불 작전에 들어가 최근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중이다. '패밀리가 떴다'는 지난 주 강력한 라이벌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 우리 결혼했어요' 1부를 제치고 일요일 예능 시청률 1위 자리에 올랐다.
예능 프로의 뻔뻔한 따라하기는 담당 제작자들을 무기력과 타성에 빠져들게 하는 문제점을 낳고 있다.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얼마전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사실 요즘 고민이 많았다. "요즘 '무한도전', 솔직히 멤버들의 헝그리함은 이미 사라졌고, 너무 바쁜 스케줄에 일정 빼기도 힘들고, 아이템도 '무한도전'이 하려던 걸 재빠르게 여러 프로그램에서 더 재미있게 해주고. (우린 정말 어렵게 어렵게 밟아온 건데! 속상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유사 프로그램을 욕하긴 뭐하다. 어차피 그 분들이 안했으면 다른 분들이 했을 테니까)"라며 고충을 털어놓은 게 일례다.
여기에 정상급 MC 몇 명이 자기의 간판 프로를 따라하는 경쟁사 예능에 겹치기로 출연하는 상황까지 발행하면서 원조 프로와 아류 프로의 차별화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다.
예능 프로가 뻔뻔한 따라하기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방송사 수익과 직결되는 시청률 때문. "시청률이 저조하면 바로 퇴출되는 게 요즘 방송국 분위기다. 시청자 인기가 보장되는 성공 사례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게 한 방송 관계자의 한숨 섞인 한탄이다.
- 출처 : 스투(ww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