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버라이어티 코너 '우리 결혼했어요'(연출 전성호). 매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통해 방송되고 있는 최고의 화제작이다.
신세대 스타들을 가상 신혼부부로 설정한 뒤 정해진 시간동안 남편, 혹은 아내의 역할을 수행하며 실제 결혼 생활을 체험한다는 발상부터 예사롭지 않다. 관심 1순위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도 리얼 버라이어티 일색에 '가상'이라는 차별화를 뒀던 배경에서다.
요즘 최고의 관심사인 만큼 코너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하고 있다. PD가 밝히는 비하인드 스토리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철저한 신비주의 아래 촬영이 진행되는 '우리 결혼했어요'가 그 베일을 벗었다.
◇ 실제 커플 발전 가능성?
실제 커플로의 발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전성호 PD는 "모든 커플에게 애착이 많아서인지 개인적으로는 커플 발전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전 PD는 "서인영씨와 크라운제이의 어머니가 닮았듯 커플들을 자세히 보면 어딘지 모르게 닮은 구석이 있고, 그래서 더 잘 어울린다. 이러다 중매쟁이로 나서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 커플 결정하는 방식, 따로 있다?
커플 결정을 위해서는 출연진 개개인의 연애담을 꿰고 있는 것이 필수다. 오랜 시간 인터뷰를 거친 뒤 아이템을 정해야 하기 이유도 있지만 커플 결정 방식의 결정적인 배경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성호 PD는 "출연진 각자가 서로의 연애 상대에게 그동안 어떻게 대해왔는지, 연애 기간은 몇 년이었는지 등 개개인의 연애 방식을 알아야 커플을 결정 짓는 방식이 수월할 수 있다"며 "여기에서 가장 어울릴 만한 커플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연진 개개인의 데이터를 추출한 제작진은 이러한 밑그림을 바탕으로 촬영 전개 방향을 정해나간다. 그렇다면 사전 조사와 가장 일치하는 출연자로는 누가 있을까.
전 PD는 "본인이 밝혀왔던 연애 방식과 가장 비슷한 사람은 알렉스다. 동화적인 감수성과 로맨틱한 면모 등 본인의 상황과 거의 흡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서인영, 크라운제이는 커플로 설정하면서도 가장 부서지기 쉬운 커플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 모두 너무 캐릭터가 강해서 갈등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사귀어도 될 정도로 잘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성이 20%, 리얼리티 80%
가상 리얼리티를 표방한 만큼 구성과 리얼리티의 비율 기준도 궁금해진다.
전성호 PD는 "구성이 20 정도라면 리얼리티가 80이다. 적합한 아이템을 정하면 출연진과의 인터뷰를 거치고 곧바로 촬영에 돌입한다. 설정 자체만 제작진이 정하는 것일 뿐 화면에 비춰지는 가상 커플의 모습 대부분이 실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출연진과 오랜 인터뷰를 거쳐야 한다. 가상 부부로의 체험을 하는 리얼리티에서 어떤 상황이 연출될지 모르는 만큼 위험 부담을 최소화 하겠다는 방침에서다.
전성호 PD는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고 결정을 내리면 곧바로 인터뷰에 돌입해야 한다.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려는 과정에서 인터뷰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출연진이 많이 피곤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 '우리 결혼했어요' 닭살 자막, 알고 보니
'우리 결혼했어요'의 닭살 자막은 네티즌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앤디를 향한 솔비의 마음은 여지없이 말풍선 형식으로 '오빠 사랑해' 등 그야말로 닭살의 극치로 표현되곤 한다.
한 가지 비화로는 이러한 자막을 만드는 대부분이 건장한 남성들이라는 것.
'일밤'의 김구산 프로듀서는 "덩치는 산 만한 사내들이 각자 모니터를 하며 자막을 (키보드로)두드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고 전했다.
◇ 촬영에만 1주일에 3-4일 투자, 카메라 기법은 '비밀'
촬영에만 1주일에 3-4일 투자한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상황 설정에 따라 커플들의 유형이 제각각인 데다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이끌어내기 위해 하루에 소요되는 시간만 15시간 이상이다.
구체적인 촬영 장소나 기법은 그야말로 '극비'다.
'일밤'의 간판 코너였던 '몰래카메라' 연출 당시의 경험을 살려 가상 버라이어티를 구현해낸 전성호 PD는 "'우리 결혼했어요'는 옆집 이야기와도 같은 드라마적 형식을 두고 있다. 촬영 장소나 카메라 기법이 알려진다면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러한 정보를 비밀에 부치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만큼 촬영 장소만큼은 상상의 공간으로 남았으면 한다는 것이 PD의 바람이다.
전성호 PD는 "리얼리티를 한다면서 상상의 공간으로 남기고 싶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모순일 수 있겠지만 바로 그러한 매력이 '우리 결혼했어요'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우리 결혼했어요' PD는 커플들 중 어떤 유형?
MBC 예능국에서 '근육질 여자'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는 전성호 PD. 본인만의 아기자기한 색깔로 4색 아니 5색 커플의 에피소드를 그려내고 있는 그는 실제 사내 커플로 결혼에 골인한 경우다.
전성호 PD는 "제 경우 크라운제이의 성향과 가장 가깝다. 그렇다고 아내가 서인영씨와 비슷한 성향인 것은 아니다"라고 전하며 웃음을 보였다. 특히 '짧은 영어'가 난무하는 것이 크라운제이와 닮은꼴이라는 김구산 프로듀서의 폭로가 이어져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 PD가 꼽는 최고의 돌발 상황은?
PD가 꼽는 최고의 돌발 상황은 야구 경기를 보러가기 위해 대구행 KTX 열차에 올랐던 크라운제이와 서인영 커플의 다툼이었다.
당시 갑작스런 비로 인해 두 사람간 말다툼이 시작됐고, 의도치 않은 상황으로 실제 사이가 서먹해졌었다는 것이 PD의 이야기다.
전성호 PD는 "그야말로 돌발 상황이었다. 두 사람이 다툰 뒤 등을 돌리는 장면으로 끝났던 것은 실제 상황이었다. 다행히 잘 마무리가 됐지만 당시만 해도 말릴 겨를이 없었다. 제작진으로서는 촬영 분량이 없어 편집에 진땀을 빼야 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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