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연애는 부부 흉내를 내는 것이라 했다. 갓 사귄 연인들은 함께 장을보러가고 함께 만든 요리로 식사를 할때 행복해한다. 그러나 정작 진짜 부부가 되고 난 뒤에는그런 것들이 별 재미가 없다. 그건 로맨틱한 이벤트가 아니라 현실이고 일상이니까. 여기 3쌍의 남녀가 있다. 그들은 이 리얼리티인지 시트콤인지 분간이 어려운 쇼를 위해 처음 만났다.터프하게도 그들의 설정은 연인도 아니고 부부다. 로맨틱한 연애 이상의 결혼생활을 보여주겠다는 연출 의도는 일단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들은 부부 흉내를 내면서 부부생활의 단면을 연출한다.다정한 남편이 마련한 로맨틱한 순간도 있고, 티격태격 다투다가 화해하는극적인 순간도 있다. 물론 게으른 남편이, 잔소리하는 아내가 꼴보기 싫어지는 순간도 빼놓을 수 없다.그렇다면 그동안 보아왔던 숱한 커플 프로그램과 무엇이 다른가? <매거진t> 김선영, 김신식 TV평론가가 이들의 결혼생활을 얘기한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리 결혼했어요’)의 앤디는 6년 전, 같은 방송사의 러브 버라이어티 ‘애정만세’의 2기 출연자였다. 두 코너를 지나는 동안 어수룩한 구애자에서 어엿한 완소남편으로 자리매김한 앤디 의 변화만큼이나 국내 ‘리얼 러브 버라이어티쇼’ 역시 진화해왔다. 사랑을 연애 게임의 영역으로 끌어온 ‘애정만세’로부터 본격 시작된 그 쇼의 계보에서 “논픽션 시츄에이션 러브 버라이어티”를 표방했던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이하 <천생연분>)을 거쳐 “스타 웨딩 버라이어티” ‘우리 결혼했어요’에 이르면, 결혼으로 완성되는 낭만적 사랑의 신화는 완전히 해체된다. 그 가운데 ‘우리 결혼했어요’는 탈연애주의 시대에 스스로 진화한 러브 버라이어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탈연애주의 시대, 러브 버라이어티의 생존법

알렉스 & 신애 커플
러브 버라이어티는 사랑이란 말의 진지함과 과중한 무게에서 탈피하려는 탈연애주의 시대의 욕망을 최첨단의 오락 상품으로 구현해낸 장르였다. 그 안에서 연애는 퀸카나 킹카의 선택을 받기 위한 서바이벌 게임의 장이자 자신의 능력과 조건을 과시하는 연기와 이벤트의 경연장이 된다. <천생연분>에서 완성된 이 같은 러브 버라이어티의 특징은 한마디로 짝짓기의 서사였다. ‘우리 결혼했어요’가 기존의 러브 버라이어티와 달라지는 점은 바로 그 부분이다. 이 프로그램은 짝짓는 과정 자체에 중점을 두고 커플이 성사됨과 동시에 에피소드가 종결되는 기존의 프로그램들과 달리 짝짓기 그 이후에 초점을 맞추는 역발상을 선보인다. ‘우리 결혼했어요’의 핵심은 네 쌍의 스타가 일단 커플이 된 후 지속해나가는 관계 맺기의 과정에 있다.

즉 이 코너는 파트너를 바꾸어가며 일회적 관계의 에피소드를 반복 양산하던 기존 러브 버라이어티의 한계를 탈피, 고정 커플의 지속적 관계를 통해 일종의 성장연애서사를 리얼하게 그려나가며 러브 버라이어티의 새로운 판타지를 개척해냈다. 가상신혼생활이라는 설정의 작위성에도 불구, 그 안에서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포착된 인물들의 생생한 표정은 그 판타지를 리얼한 질감으로 그려내고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익숙해진 인물들의 캐릭터 또한 그들의 스토리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가령 사랑에 상처받은 여인이 다정다감한 남성의 사랑으로 마음을 열어가는 로맨틱한 멜로드라마인 알렉스와 신애 커플의 이야기는 이미 여러 프로그램에서 부드럽고 젠틀한 면모를 선보인 알렉스의 기존 캐릭터에 바탕하고 있다. 여기에 여러 연예기사들을 통해 보도된 바 있었던 신애의 개인적 연애사가 겹쳐지면 그들 연애담의 현실감은 보다 두터워진다.

관습적 연애담으로 봉합되는 스토리의 한계

문제는 이제 6회를 마친 ‘우리 결혼했어요’의 4색 커플스토리가 진행되는 동안 점차 기존의 관습적 연애담에 가까워지면서 현실감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처음부터 로맨틱 커플(알렉스-신애), 귀여운 커플(앤디-솔비), 시한폭탄 섹시커플(크라운J-서인영), 현실적인 커플(정형돈-사오리) 등 네 쌍의 콘셉트가 뚜렷했던 프로그램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한계로 보인다. 커플 영상 중간 중간에 삽입되는 인물들의 후기 인터뷰와 같은, 설정과 리얼리티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형식과 출연자들의 ‘쌩얼’ 그리고 미니홈피의 심경고백 등을 통한 착시효과가 그 한계의 노출을 지연시켰다면, 각 커플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듯한 편집과 자막은 작위성을 더 두드러지게 하는 요소다. 이러한 가운데 제작진이 ‘아름다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최고 인기 커플이자 이 코너의 낭만적 판타지를 담당했던 알렉스와 신애의 퇴장은 어쩌면 이 코너의 결정적인 전환점 혹은 위기가 될지도 모른다.

글 김선영



우리 결혼했어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리 결혼했어요’)의 출연진들은 모두 스타다. 이미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뒷받침 된 ‘스타’의 결혼이라는 설정은, 제작진이 시청자들에게 네 커플 간의 경제적 갈등이 없을 것이라는 암묵적 동의를 얻도록 했다. 고로 네 커플의 에피소드엔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따진다는 ‘스펙’에 대한 갈등은 없다. 또 그 ‘스펙’을 통해 결혼할 당사자보다 더 힘겨워 하는 부모의 갈등도 없다. 여기에 지상파 MBC에서 일요일 저녁에 방송하는 프로그램이라는 환경 때문에 ‘우리 결혼했어요’는 결혼 생활 중에 가질 법한 섹스에 대한 고민 또한 속 시원히 보여줄 수도 없다. 결국 ‘우리 결혼했어요’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갓 마친 빨래에서 나는 은은한 섬유유연제 향처럼, 신혼생활의 단 꿈과 설렘을 스타들이 얼마나 잘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로 나타난다.

짝짓기의 고군분투는 계속 된다

정형돈 & 사오리 커플
하지만 신혼의 설렘을 강조하려는 에피소드의 이면에는 이러한 프로그램의 전범이라고 할 수 있는 MNC <강호동의 천생연분(이하‘천생연분’)>에서 느꼈던 짝짓기의 고군분투가 계속되고 있음이 감지된다. 댄스 배틀과 운동회 대신, 함께 살아본다는 것에 바탕을 둔 일상 속 시험이 매번 스타들을 기다리고, 스타들은 이 시험을 잘 통과하기 위해 숨겨놓은 재치를 발산하거나, 감동적인 이벤트를 선보인다. 프로그램 속 네 커플 모두 ‘감동을 주는 것도 시험이다’라는 프로그램의 보이지 않는 규율을 받아들인다. 네 커플의 에피소드를 보는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채점자의 입장에서 각 커플의 삶을 비교하고, 우위를 매기게 되며, 프로그램 속 세 MC는 호들갑스러운 멘트로 그러한 시청자들의 채점 행위에 동참한다.

‘우리 결혼했어요’엔 짝짓기 프로그램의 전형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킹카와 폭탄의 구도도 들어있다. ‘천생연분’에서 폭탄의 자리에 자주 있었지만 프로그램의 감초 역할을 했던 신정환의 캐릭터를 정형돈은 비슷하게 소화한다. 하지만 ‘우리 결혼했어요’는 정형돈을 낙오자로 만들지 않은 채, 그에게 변화의 여지를 남겨주면서, 그가 짝짓기를 향한 고군분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알렉스&신애 커플부터 정형돈&사오리 커플까지, 그들 모두 ‘감동주기능력시험’을 각자 나름대로의 생활방식으로 치러내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시선은, ‘우리 결혼했어요’가 확보한 좋은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감동주기능력시험’의 유통기한은

하지만, 부여받은 미션을 수행하면서 벌어지는 소동, 갈등, 감동 등의 정형화된 단계로 구성된 ‘감동주기능력시험’의 유통기한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미지수다. 특히 타이틀을 ‘우리 연애했어요’로 놓고 봐도 별 다를 바가 없는 지금의 에피소드에서, 결혼이란 제도적 관계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실제 결혼 생활이 갖는 불규칙성을, 더욱 세밀하게 포착한 내용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는 주목할 부분이라 하겠다. 결국 이 프로그램에 대한 앞으로의 기대와 우려가 만나는 지점은, 에피소드 속에서 알렉스가 한 말처럼 “사람 사는 집은 이래야 되는데”가 잘 나타난 소소하고 세밀한 일상의 감각이 돋보이는 이야깃거리의 확보다. 이것이 충족된다면 ‘우리 결혼했어요’가 보여주려고 하는 신혼의 설레는 순간과 시청자들이 꿈꾸는 결혼 속 풍경 간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글 김신식


(매거진t 블로그) 서교동 t 팩토리 (http://blog.naver.com/magaz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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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픽시